본문 바로가기

뿡꾸애기들/호랑이털

몽미미네 3남매 구조 입양 記 - 1









몽미미 (나미 요미 몽) 3남매 구조기



솔직히 젠장. 처음엔 구조 할 생각 따위 전혀 없었다.

그냥 몽미미네 엄마 고양이(이하 꽃님)가 어느 날 갑자기 우리 동에서 살기 시작했고,

몇 가지 단서로 봤을 때 유기 됐을 것이라는 것, 그리고 임신했구나 싶어서 좀 더 챙겨줬을 뿐이었다.



게다가 처음 발견한게 내가 아니라 우리 엄마여서 나 뿐만 아니라 엄마도 신경쓰는 고양이가 됐다.

매번 사료에 물만 챙겨주던 다른 고양이들보다는 그래도 캔 하나 더 까주고 영양제도 주고.


그러다 내가 수술하게 되는 바람에 한 2주 정도 집을 비우게 됐는데 수술하기 일주일 쯤 전부터 꽃님이는 보이지 않았다.

주인이 다시 찾아갔나? 싶었지만 개뿔.



2주만에 집에 돌아왔더니 꽃님이 배가 홀쭉하다. 새끼를 낳았다.

갑자기 나타난 유입종자인데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치근덕거리며 다른 고양이들보다 더 얻어먹는 녀석이라

대체 이 녀석이 어디에 아기들을 낳았는지가 궁금증이었는데 그 궁금증은 며칠 안가 해결됐다.


복도식 아파트, 1층 복도 맨 끝 집으로 마치 따라오라는 것마냥 총총 가는 꽃님이를 쫓아갔더니

커다란 김장 다라이 두 개가 겹쳐진 틈 사이로 노란 털뭉치들이 보였다. 



꽃님이가 사라진 시기와 아기고양이들의 귀, 치아상태로 봐서는 적어도 한 달은 넘었을 털뭉치.








근데 이 털뭉치들이 너무 작은거다. 심하게 작았다.


사진으로 얼핏 보면 배가 좀 통통해 보이는데 전혀 아니었다. 애들이 좀 마르고 힘이 없다고 해야하나.

거기다 지금 저 사진은 그래도 이것저것 챙겨가서 닦이고 먹이고 해서 좀 낫지만 처음 발견했을 때 이 세 아기고양이들은 눈이 거의 붙어있는 상태였다.

눈꼽이 너무 심한데 거기다 꽃님이가 초산이다보니 잘 돌보질 못해서 그 눈꼽이 그대로 붙어버린 것.


발견하고 아기고양이들 상태 보자마자 바로 집으로 튀어올라가 물티슈며 따뜻한 물 등등 챙겨 내려갔다.







눈꼽이 많이 심하다보니 눈꼽을 떼어내줘도 눈 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. 


그나저나 꽃님이는 내가 자기 새끼들 들고 닦고 난리를 쳐도 아무 경계심이 없다는 사실....



그래. 이 때까지만 해도 전혀 저어어어어어언혀 구조할 생각 없었지...

오히려 101호에 아저씨 내외 분이 사람 좋으셔서 애들 거기 있어도 별 말 안하시고 물도 챙겨주시고 안심이었다.

다라이 안에 벌초기계 있고 하니 위험하다고 작은 상자 구해다 옷가지도 하나 깔아주시고.


근데 문제는 그 날 밤....하하하

밥 챙겨주러 가보니 상자가 없었다. 진짜 순간 패닉이 와서 그 근처를 아무리 뒤져봐도 안보이는 거다.

누가 해코지했나 안절부절. 물어볼 만한 사람이 없어 당황하던 차에 저 끝 주차장 쪽에 경비아저씨가 계셨다.


101호 앞에 있던 고양이들 어디갔는지 혹시 아세요?


아이고.. 그 고양이들 내가 저짝에다 갖다놔삣다.. 102호에서 하도 난리를 치사서 속시끄러바가 바깥에 갖다놨지요..


경비아저씨가 알려주는 곳이라고 보니 매일 다른 길고양이들 밥 주는 장소..

아무래도 매일 밥주던 장소다보니 고양이들끼리 세력싸움도 있어서 아기고양이들이 있기엔 위험한 곳이었다.

어쩔까 어떻게 해야하나 하고 있는데 막 퇴근하고 주차하고 오신 엄마도 저기 놔두면 어쩌냐.. 하시고..


차라리 우리 집 현관 앞에 애들 있게 해둘까 하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화장실 문제가 있어서 일단 그 자리에 둔 채로 올라왔다.



올라와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러다 애들 죽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재활용 버릴 박스 하나 건져서 김장비닐 씌우고 간이 화장실을 만들고서야

꽃님이 가족을 데리러 엄마와 다시 그 자리로 갔다.


갔더니 아니나 다를까...다른 고양이들 (중에 특히 한 성깔 하는 애들 둘) 이미 그 상자 앞에서 아기 고양이들을 때리고 있는 걸 봤다.

이 놈 시키들이... 그 쪼만한거 어디 때릴 데가 있다고.. 허둥지둥 상자 안고 올라가려는데 이 가족들을 신경쓰던 동네 주민이 좀 있었는지

아이고 잘됐다 아이고 고마워라 하는 소리도 들었다.



그러고 나서 우리 옹봉이 입양해 준 분이 가까이 살아 도움을 부탁드렸더니 아이들 있을만한 철장을 가져다 주셨다.

그렇게 빌린 철장 안에 화장실을 넣고 사료와 물도 넣어두고 안 입는 옷과 원래 박스 안에 깔려있던 옷을 바닥에 깔아주고는 이 네 식구를 들여보냈다.


근데 문제가 생겼다. 꽃님이 이 녀석이 안정을 찾질 못하는 거다.

사실 101호 앞에 있을 때도 그랬지만, 꽃님이가 모성이 없는 게 아닌데 좀 어리숙하다고 해야할까,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라고 해야할까,

보통의 어미 고양이들은 아기고양이 옆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잠시 잠깐 먹이를 구하러 가는 편인데

꽃님이는 대부분의 시간을 이 사람 저 사람, 사람들 옆에서 보내는 편이었다.


아직 그 당시엔 여름이라 그럴 필요까진 없었지만 꽃님이 안정을 위해 철장 위에 큰 담요를 씌워두고 101호 앞에 있을 때와 최대한 비슷하게

우리 집(우리 집도 복도 끝이었다. 그래도 만약을 위해 같은 복도 라인 이웃분들께 양해를 구했었다.) 현관 앞 복도에 자리를 잡아줬는데

거의 12시 넘어까지 철장 문을 미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 이후론 조용해지더라.


아. 이제 좀 안정을 찾았나보다. 나도 이제 자야지. 



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

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

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


어리석은 나...



아침에 일어나서 애들 확인하는데 보니까 꽃님이가 없다 ㅋㅋㅋㅋㅋㅋ



철장 문 밀고 나간거였다.

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



와 진짜 상상도 못했는데



결국 몽미미 삼남매만 남았는데다 아직 너무 작아서 자기들끼리 체온유지며 젖 먹는게 문제라 방으로 데리고 들어왔다.






이건 데리고 들어온 직후 사진.. 


전날 밤에 눈꼽을 다 떼줬는데도 그 사이에 이만큼 심해질 정도였다.

물론 병원 데려가서 약도 처방받고 안소독약과 안약도 받아와서 이때부터는 치료도 시작했다.







이 박스가 절대 크지 않은 박스라는거.. 


이 당시에 애들 무게가 200그람이 채 나가지 않았다.

이빨은 이미 다 나있었고 귀도 제법 뾰족했다. 사진으로 보니 뭔가 덜 뾰족한거같은데 사실 저거보다 뾰족했음.






락토프리 우유도 먹이고..


원래라면 2시간 3시간에 한번씩 먹여야한다지만 이미 한달은 넘은 애들이고 사실 내가 귀찮기도 해서

4-6시간에 한번씩 먹였다. 자기 직전에 먹이고 일어나자마자 먹이고 낮에는 짬짬이 생각날 때마다 먹이고.



그리고 그 얼마 뒤엔 바로 추석이라 할머니댁 갈 때 박스 째로 애들을 데리고 갔다. 

할머니도 귀엽다 하시고 사촌동생들도 귀여워하고 추석 인기스타였음.


그래도 몽미미들(이 때까지만해도 입양 보낼 생각이어서 셋 다 이름이 없었다. 여자애 둘 남자애 하나, 하얀 여자애 노란 여자애 남자애 이렇게 구분했음.) 

스트레스 받을까봐 제일 큰 사촌여동생(대학생) 방에 아이들 따로 두고 최대한 애들 손 안타게 하느라 진땀 뺐었지..







추석까지 약 열흘, 잘 먹이고 치료했더니 애들 때깔이 생기기 시작한다.

배도 터질 것같이 빵빵해지고 처음 구조해왔을 때는 전혀 뛰지 않고 걷는 것도 힘겨워보이더니

이건 다 못 먹어서 그랬던거다...ㅋㅋㅋ 난 애들이 얌전한 줄 착각했던거였음.



그리고 꽃님이가 애들 케어를 잘 못했다 싶었던게 애들이 배변유도를 기다리는게 아니라

자기들끼리 서로 핥아주면서 서로 배변유도를 해주더라...


짠내나는 자식들 ㅜㅜ





추석 연휴 마지막 날 몽이(♂:몽실이 동생 몽이 몽춍몽춍이 몽돌이가 별명이다.)가 혼자 힘으로 응가 싸는 걸 보고 배변훈련을 시켰더니

세 녀석 다 아주 훌륭하게 성공했다. 



그리고 집에 왔더니... 이제 우유 말고 사료 드시겠단다.

옹봉이용 식탁에 세 녀석이 다 타고 올라가서 아주 그냥 느냥냥냥 거리면서 사료를 씹어드신다.



그대로 줄 수는 없어서 먹이던 락토프리 우유를 데워 거기에 사료를 불려줬다.





불린 사료 먹는 요미(♀-예전 이름 몽실 : 나미 입양가고 나서 엄마가 앞머리가 몽실언니 같다고 몽실이라고 이름 지어주셨다. 입양 되고나서 이름이 요미가 됨)






그리고 제일 먼저 입양 간 나미(♀)








이 사진 찍은 날 바로 입양 갔다. 추석 한 3일 뒨가?


예쁜(!) 엄마 만나서 오빠 있는 집에 둘째로 입양갔다. 

입양가는 뒷모습 보고 사실 조금 울었다.





처음 입양 간 날






오빠랑 투 샷







안 입는 옷으로 해먹도 만들어주는 엄마







맨날 이렇게 과제하는 것도 방해한단다. 귀여운 궁뎅이




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


※  구조는 쉽게 마음먹고 하는 게 아닙니다.

구조한 고양이들이 모두 좋은 부모 찾아 입양가면 좋지만

아이들 묘생 10-20년 이상을 정말 애정으로 책임질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은데다가

입양을 가지 못할 경우, 여차하면 내가 책임질 수 있어야합니다.

그리고 처음 구조할 때 검진 비용이며 아플 경우 치료비,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수술비까지

금전적인 것도 생각해야합니다.

구조할 경우에는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하고 여차하면 내 식구 된다는 마음으로 해야해요.



※※뒷 글에도 적겠지만 현재 꽃님이는 따로 중성화 수술을 시켜준 상태입니다.

철장 문 밀고 탈출한 그 날, 아이들 허피스 치료 때문에 병원 다녀오는 길에 꽃님이를 다시 만났고

그대로 집으로 다시 데리고 갔지만 또 총알같이 튀어나갔고

그 뒤로도 5차례 더 시도했지만 너무 기겁하고 들어가기 싫어해서 원래 자리로 다시 방사했습니다.

그러고 추석이 지난 직후 중성화 수술을 시켜줬고 현재는 완전히 회복, 젖도 다 가라앉고 살도 올라

지금 살고있는 곳에 터를 잡고 살고있습니다.

10월부터는 날이 추워져서 꽃님이 보온용 집을 하나 만들어 그 자리에 두고 

경비아저씨며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께 양해를 구해 꽃님이는 그 집에서 주로 시간을 보냅니다.

좋은 분들이 많아 아침 저녁으로 가보면 그 앞에 사료며 물그릇이며 캔이 항상 있고요.

중성화 수술 이후에 2-3차례 저를 따라와 아이들이 있는 걸 확인한 이후로는

더 이상 집까지 따라오지는 않고 저를 유달리 따르고 있어요.








'뿡꾸애기들 > 호랑이털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정말 많이 보고싶다  (0) 2020.08.30
첫 번째 꿈 찬스  (0) 2020.08.10
까까 찾아 삼만리 몽구리전 -1  (0) 2020.07.28
몽미미네 3남매 입양 記 - 3  (0) 2014.10.19
몽미미네 3남매 입양 記 - 2  (0) 2014.10.19