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뿡꾸애기들/호랑이털

첫 번째 꿈 찬스

오늘은 꿈에 우리 몽구리가 나왔다.

내가 후회하는 일들은 너무 많지만 그 중 하나가 너무 빨리 우리 몽구리 장례를 치른게 아닌가 하는 거였다.

하루 정도 데리고 있으면서 눈도 더 잘 감겨주고, 털도 빗겨주고, 오므리고 있던 발도 잘 펴주고, 팔도 다리도 잘 주물러주고, 매일 해줬던 것처럼 코딱지도 떼주고 턱 털도 정리해서 턱드름도 살살 긁어주고 그랬어야 하는데 

 

그런데 꿈에 몽구리가 나왔다. 

꿈에서도 우리 몽구리는 떠난 상태였는데 내가 후회하던 일을 되돌려 하루, 우리 몽구리를 침대에서 데리고 잔 모양이었다. 팔다리도 잘 주물러줬더니 근육이 풀려서 원래 우리 몽구리 말랑하고 탄탄하던 그 감촉 그대로였고 핏기라곤 없었던 마지막 모습에서의 귀와 코도 혈색이 좋은 모습이었다.

예쁜 잎사귀처럼 노랗고 녹색 빛 눈도 초롱초롱했고 거기에 살짝 있던 눈꼽도 평소처럼 떼어주고 쓰다듬어주다 방 밖에 있던 엄마에게 우리 몽구리 하루 잘 데리고 있었더니 원래처럼 이러면서 이야기하다 살짝 봤는데 우리 귀염둥이 누워있다 일어나서는 평소에 종종 앉아있던 자리에 다시 자리잡고 궁딩이를 들이밀고 있더라.

 

내가 너무 후회하고 그러니까 우리 몽구리가 첫번째 엄마 꿈 찬스를 이렇게 써줬나보다. 

근데 우리 몽구리 어설퍼서 마지막에 들켰다. 엄마가 우리 몽구리 일어나서 다시 자리잡는거 다 봤는데.

일어나니까 꿈은 참 빠른 속도로 희미해지더라. 막을 길 없이 눈물이 나는 와중에도 꿈의 한자락이라도 놓치지 않으려 곱씹고 또 곱씹었다. 

 

오늘은 형아들 몰래 우리 몽구리만 잘 주던 까까를 둬야겠다. 

처음으로 꿈에 나와준 몽구리가 너무 고맙고, 미안하고 후회하는 일들만 가득한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고맙고, 끝에 결국 어설픔이 들켜 그 마음을 들켜준 몽구리가 너무 고맙다.

엄마가 정말 정말 사랑해 우리 몽구리. 많이 많이 보고싶어. 

형아들이랑 애기들 엄마가 더 오래, 더 많이 행복하게 해주고 나서 우리 몽구리 만나러 갈게.

정말 사랑해 우리 깜찍이 내새끼